유라시아대장정

탈북 청소년들을 위한 미디어 교육 프로젝트

2014. 8. 5. 20:42 - 유라시아대장정

새터민 청소년들을 위한 미디어 교육 프로젝트


글. 박요셉/장은영


“나는 나무가 되고 싶다. 나무는 나와 공통점이 딱 하나 있는 것 같다. 바로 원하지 않은 데서 피어나는 것, 심어지는 것. 하지만 나무는 우리와 다르다. 원하지 않는 그 아무 곳에 심겨져도 꿋꿋하게 몸을 뜯기어도 맞아도 눈바람이 불어도 봄이 오면 늘 꽃을 피우고 가을이면 과실을 맺고 자기 할 도리를 다한다. 그래서 난 나무가 되고 싶다.”  


(미디어동아리 학생, 작화령의 글 중에서)


새터민 청소년 미디어 교육, 그 첫 걸음


“탈북자”, “난민”, “망명자”, “새터민”... 태어나 자란 북한을 떠나 우여곡절을 겪으며 남한에 정착하여 살고 있는 북한 청소년들은 아직도 자신을 부르는 이러한 명칭들이 낯설기만 하다. 그냥 ‘나’ 이기만 해도 되었던 그들,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할 이유가 없었던 그들이 지금은 남한에 사는 ‘조선’ 청소년으로서, 한반도의 얼룩진 역사의 틈바구니에 위태롭게 서서 매일매일 자신이 누구인지,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지 자문하고 있다.



북한 이탈 청소년들을 위한 도시형 대안학교인 ‘여명학교’는 나이에 비해 감당하기 힘든 아픔과 혼란을 겪은 이들을 치유하고 교육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청소년들에게 가장 친근하고 영향력 있는 소통의 방식인 미디어를 이용한 방과후 미디어 교육 프로젝트 (http://www.artinedu.com/)를 2년째 진행해 오고 있다. 여명학교의 미디어 교육 프로젝트는 세계적 기업인 Google에서 여명학교에 70대의 카메라를 지원하면서 시작되었다. 탈북 청소년들이 스스로의 이야기를 YouTube 영상으로 만들어 전세계의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계획이 이 프로젝트의 시발점이었다. 이후 미국 50여 개 고교에서 미디어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New York의 Tribeca Film Institute ( https://tribecafilminstitute.org/ )가 Google Ideas 의 중재로 여명학교와 MOU를 맺고 미디어 교육에 대한 전문적인 커리큘럼과 예산지원을 제공하였다. 이러한 국제적 기업들의 재정적, 기술적 지원과 함께, 새터민 청소년 교육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한국 교육학자들과 실제 수업을 이끌어 나가는 교사들이 참여하면서 2013년부터 지금까지 여명학교의 미디어 교육 프로젝트가 이루어지고 있다.


왜 미디어 교육인가?


Dan Gillmor 의 표현을 빌자면 “한때는 청중”에 속했던 이들이 이제는 소비자가 아닌 생산자도 될 수 있다고 한다. 디지털 미디어시대에 한 명의 새로운 소비자가 미디어 지형에 들어오는 것은 즉, 새로운 생산자가 한 명 들어 오는 것이다. 생산자가 될 수 있다는 것! 이것이 바로 미디어가 가진 수많은 부작용과 부정적 파급효과에도 불구하고, 바로 그 미디어를 통해 누구든 평등하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가장 민주적인 사회를 만든다는 희망을 꿈꾸게 하는 부분이다.


미디어 교육은 학생들이 미디어 리터러시 (media literacy), 즉, 미디어가 제공하는 이미지와 컨텐츠를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개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읽고 쓰는 작업이 더 이상 펜과 종이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현대 사회에서 미디어 해독과 제작에 기반한 새로운 문해력의 유무는 개인의 삶의 질과 사회화에 직결될 수 밖에 없다.


한국 사회에 형성된 새로운 소외계층이자 사회적 소수자이며 동시에 인생의 가장 혼란스러운 시기인 청소년기를 거치고 있는 탈북 청소년들에게 미디어 교육은 여러모로 중요하다. 미디어는 이들이 한국사회를 이해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도구이며 일상생활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삶의 일부분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살아온 세계와 전혀 다른 사회에 살게 된 탈북 청소년들은 현란하게 밀려오는 미디어 정보를 올바르게 해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미디어라는 창을 통해 자신의 과거를 조금은 ‘덜 아프게’ 바라볼 수 있을 것이며, 힘들지만 용기를 내어 자신을 표현하고 드러내는 법을 배우게 되고, 그렇게 조금씩 새로운 사회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건강하고 희망차게 일어서게 될 것이다.  


경험과 아픔을 나누며 – 새터민 미디어 교사


본 미디어 프로젝트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미디어 교육을 주도한 총 책임자 교사와 학생들간의 공감대 형성이다. 미디어 컨텐츠를 만드는 기술적인 부분보다 학생들과의 관계를 중요시하는 Tribeca Film Institute는 전문영상제작자가 아닌, 미디어에 조예가 깊은 새터민으로서, 여명학교 졸업생이자 본 에세이의 공동 필자 중 일 인(박요셉)을 미디어 교육자, 즉, ‘media teaching artist’ 로서 집중 훈련시켰고 그 결과, 전문적인 미디어 교육과 더불어 보다 진솔한 대화와 이해, 공감을 바탕으로 한 성공적인 수업이 이루어졌다. 다음은 같은 새터민이면서 미디어 프로젝트를 주도한 필자의 목소리이다.


영화 “민족의 태양”은 김일성의 항일무장투쟁을 배경으로 한 영화이다. 영화에서 김일성은 조선의 독립을 위해 일본군과 죽음을 무릅쓰고 싸우는 조선인민혁명군 최고사령관으로 등장한다. 영화를 보면서 나(박요셉)는 김일성의 영웅적인 희생정신과 유격대를 지휘하는 모습에 감동하면서 김일성은 정말로 민족의 어버이라고 생각 했었다. 북한의 모든 미디어 컨텐츠는 어린 시절 나의 생각과 행동을 국가가 원하는 방향으로 세뇌 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나는 북한에서 미디어의 일방적인 소비자로 살아 오다가 1999년 조선을 탈출하여 중국에서 5년, 동남아시아에서 1년의 생활을 거쳐 2004년 한국으로 왔다. 조선을 탈출한 후 서울에서 조선에 있는 가족에게 편지를 보내거나 전화통화로 서로의 목소리를 들을 수는 있었지만 어머니에게 나의 모습과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영상으로 담아보고 싶었다. 2008년, 어머니에게 보내는 영상편지를 만들면서, 영상 이미지와 어머니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짧은 시간에 함축하여야 하는 작업을 하면서 나를 표현하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도 중요한 일인지를 깨닫게 되었다.


2004년 한국 입국 후 지금까지, 자유민주주의 사회인 한국에서 미디어는 나의 일상생활을 구조화하고 여가 시간을 지배하였다. 조선이나 한국이나 미디어를 통해 끊임없이 우리에게 제공되는 이미지와 그 안에 내포된 시각들은 객관적이거나 중립적인 것이 아니라, “우리”와 “타자들” 에 대한 감각을 구축하고 “우리”와 “타자들”간의 경계를 설정하였기에 나는 미디어를 읽고 해석하고 만들어내면서 “나”를 찾아갈 수 있었다. 미디어는 나의 정치적 관점과 사회적 행동을 구성하게 만들었을 뿐 아니라 정체성 형성의 밑거름을 제공해 주었다.


그리고 Google과 Tribeca Film Institute, 몇몇의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다. 나는 내가 경험했던 모든 것을 후배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선생님이 아닌 조언자 또는 안내자로 다가가고 싶었다. 미디어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자신들의 과거의 감옥에서 벗어나게 하고 싶었다. 부끄러운 과거가 아니라 누구도 경험해보지 못했고 자신만의 특별한 이야기임을 깨닫게 하기 위해 학생들의 강점을 활용한 수업을 진행하였다.


공감, 표현, 그리고 민주주의


여명학교 미디어교육이 지향하는 세 가지 주요 목표는 1) 공감대의 형성, 2) 표현을 통한 내적 치유, 그리고 3) 진정한 민주주의의 체험이다. 새터민 청소년들의 평범하지 않은 경험을 편안히 공유할 수 있도록 우호적이고 진정성 있는 학습환경을 조성하고자 노력하였고 특히 프로젝트 매니저가 같은 새터민인 점은 미디어교육 공간에서 상호신뢰를 구축하는데 일조하였다. 또 하나의 중요한 목적은 카메라를 통한 내적 표현으로 마음의 안정을 회복하고 창의적인 활동을 통해 억눌려 있던 정서와 감정을 해방시키도록 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미디어 교육 교실에서는 학생들이 둥글게 앉아 서로의 이야기를 귀기울여 듣고 마음껏 표현할 수 있도록 격려하였다. 정답도 오답도 없으며 실수를 해도 괜찮다는 것을 학생들에게 인지시켜주었고 학생들이 망설일 때는 긍정적인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특히 미디어 교육시간에 선생님과 학생 사이에 서로의 꿈을 각자의 닉네임으로 부르도록 하여 자신의 꿈을 보다 구체적으로 인식하고 자긍심과 실현 가능성을 키우도록 하였다. 마지막으로 새터민 청소년들이 미디어 교육 환경에서 진정한 민주주의를 체험할 수 있도록 프로젝트 기간내내 모든 중요한 결정들은 교사의 권한이 아니라 학생 하나하나의 의견을 물어 민주적 합의를 통해 결정하였다. 즉, 교사와 학생이 상하관계가 아니라 서로에게 배울 수 있는 동등한 관계로 자리매김하고자 노력하였고 이는 새터민 청소년들이 한국 사회에서 비록 소수자로 살아가지만 민주주의의 핵심가치와 실천을 경험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었다.


가장 생생하게, 가장 가깝게 – 탈북 청소년들의 메아리

미디어 프로젝트에서 수행한 몇 가지 커리큘럼 중 사진 꼴라쥬와 뮤직 비디어 제작활동 경험을 나누어 보고자 한다. 먼저, “여행” 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사진 꼴라쥬 활동에서 김주일 학생의 이야기이다.



주일이는 3살 때 어머니와 함께 탈북하였다. 탈북 후 어머니는 중국인 새아버지에게 시집을 갔고 주일이는 그때부터 우리말이 아닌 중국말을 배우며 자랐다. 17살이 되어 주일이의 지병을 고치고 싶어 주일이 어머니는 아들과 함께 한국 행을 선택하였다. 주일이에게 잡지를 오려 전지에 붙여 자신의 “여행”을 이야기 하도록 하였다. 강, 학교, 오성홍기, 절벽, 약을 오려 붙이고 성일이는 자기의 질병을 고쳐준 한국에 고맙다고 했다. 하지만 중국국기가 자신에게 더 정이 간다고 하였고, 높은 절벽 옆에 시진핑 주석이라고 쓰고 새터민들이 북한으로 북송되면 고난을 겪는 것을 시진핑 주석이 아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주일이의 “여행” 이라는 테마의 꼴라쥬 이야기를 듣고 주일이의 조금 다른 행동들을 이해하지 못했던 다른 친구들은 주일이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2학기 때에는 지금까지 배운 모든 것을 종합하여 뮤직비디오제작을 해보자고 하였다. 뮤직비디오제작은 학생들의, 학생들에 의한 학생들을 위한 프로젝트였다. 우선 학생들은 자신들이 어떤 역할을 할지를 선택하였다. 연출팀과 촬영팀으로 나누고 기획부터 프로듀싱 과정까지 모두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진행하였다. 학생들은 통일을 염원한 “그날이 오면” 이라는 이승철외 작사/작곡 노래를 선택하고 시나리오를 여명학교 학생 한명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하기로 했다. 그 학생의 삶에서 모티브를 따기 위해 인터뷰를 시작했다. 인터뷰를 통해 학생들은 다른 친구의 이야기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기획서 작성과 시나리오 쓰기를 통해 학생들은 창의적 글쓰기와 표현을 경험할 수 있었다. 뮤직비디오 촬영을 하면서 스튜디오 대여, 카메라 장비 대여, 로케이션 촬영 등 역시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진행하였으며 이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사회적 관계와 경제적 관점을 배울 수 있었다. 한달 안에 학생들은 뮤직비디오를 완성하여 2천 여명의 청중들에게 자신들의 작품을 보여주면서 성취감도 느낄 수 있었다.





미디어 교육의 효과와 앞으로의 방향: 프로젝트 수업을 통한 융합교육


미디어 교육 프로젝트는 표현할 창구가 없었던 새터민 청소년들이 카메라를 통해 그들이 보았던 것과 보고 있는 것, 보아야 할 것을 담고 표현하는 계기가 되었다. 아이들은 과거, 현재, 미래를 렌즈 위에 풀어놓으며 자기 자신과 사회를 새로운 눈으로 보게 되었다. 미디어교육은 카메라 기술만을 요구하지 않는다. 영상 한 프레임에 무엇을 담을까를 고민하면서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고, 생각하고 여러 가지 시도를 하며 직접 제작 도구와 프로그램을 다루게 된다. 따라서 미디어 교육은 곧 다양한 학습이 가능한 융합교육이며 특히 프로젝트 수행을 통해 참여자에게 의미 있는 결과물을 얻을 수 있어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앞으로 미디어교육은 이러한 장점을 십분 살려 진행될 것이며 학생들이 생각한 것을 다른 이들과 나눔으로써 자신의 가치를 높이고 자연스럽게 사회 속에 융합될 수 있는 매력적인 기회가 될 것이다.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미디어팀 학생들은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진행하고 있다. 올해 프로젝트는 새터민이 본 새터민 사회에 관한 다큐멘터리이다.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지원한 학생 5명은 자신의 아버지, 어머니, 할머니, 혹은 친구 중 원하는 이를 선택하고 감독의 눈으로 그 사람 한 명의 삶을 밀착 취재하여 영상으로 만들어 내게 된다. 이들이 들고 있는 카메라는 새터민의 눈이 되어 청중들에게 타자가 보는 새터민 사회가 아닌 새터민이 보는 새터민 사회의 모습을 보여주게 될 것이다. 건강한 생각과 방법으로 자신의 억눌린 감정을 해소할 수 있고, 새로운 컨텐츠를 만들어 냄으로써 미디어 교육이 새터민 청소년들의 또 다른 메아리가 되기를 기대한다.



장은영 eunyoung1112@gmail.com


언어교육 전공으로 미국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고 사회문화이론(Sociocultural Theory)을 토대로 제2언어 습득, 언어학습자 아이덴터티, 그리고 소수자의 인권과 언어교육을 주로 연구하였습니다. 경희대에서 강의하였고 현재 미국 University of California, Berkeley의 방문 교수로 있습니다.





박요셉 genesis45v5@gmail.com

사회적 기업가(Social Entrepreneur)로서 희년정신(Jubilee)[각주:1]의 비즈니스를 통해 조선 개방의 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통일시대를 준비하며 탈북 청소년 미디어교육자, 다큐멘터리 제작자, 문화 컨텐츠 기획자, 청년기업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1. 희년은 히브리말로 “요벨”이라고 하는데, “숫양”이라는 뜻이다. 아마도 희년을 선포할 때 숫양의 뿔로 만든 나팔을 사용했기 때문에 희년을 숫양이라고 부른 것 같다. 오십 년마다 속죄일에 나팔을 불어 한 해가 거룩한 해라고 선포하였는데 이것을 희년이라 한다(레위기 25,8-10). 희년을 지내는 근거는 “땅과 백성이 하나님의 것”이라는 하나님의 선언의 두고 있다. 하나님께서는 땅과 사람을 보호하고자 이렇게 말씀하신다. “땅을 아주 팔지는 못한다. 땅은 나의 것이기 때문이다. 너희는 내 곁에 머무르는 이방인이요, 거류민을 따름이다”(레위기 25,23). “그들은 내가 이집트 땅에서 이끌어낸 나의 종들이니, 종이 팔리듯 팔려서는 안 된다(레위기 25,42.55; 출애굽기 20,2 참조). 이 근거로 다음의 세 가지가 희년의 실천규정이 되었다. ① 밭에 씨를 뿌리거나 포도원을 가꾸어 소출을 거둘 수 없다. ② 빚 때문에 노예가 된 이스라엘 사람들이 풀려나고 ③ 그 이전 50년 동안 가난 등의 이유 때문에 팔린 땅이 제 주인에게 다시 돌아간다. 예언자들은 억압과 착취로부터 자비와 정의로의 복구를 희년의 기본정신으로 파악하여 제시하였고, 특별히 이사야서는 희년의 두 가지 중요한 개념을 부각시켰다. 자유를 찾아주는 “해방”과 원래의 온전한 상태로 되돌리는 “회복”이 그것이다. 이사야서는 이 두 개념으로부터 도달하게 되는 “새로운 창조”와 “새로운 질서 회복”이라는 미래의 전망을 제시하였다. 이것이 구약에 나타나는 희년의 정신이었다면, 예수께서는 ‘하나님 나라’라는 개념 안에 이 희년의 메시지 전체를 수렴하신다. “주님의 성령이 나에게 내리셨다. 주께서 나에게 기름을 부으시어 가난한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게 하셨다. 주께서 나를 보내시어 묶인 이들에게는 해방을 알려주고 눈먼 사람들은 보게 하고, 억눌린 사람들에게는 자유를 주며 주님의 은총의 해를 선포하게 하셨다”(눅 4,18-19). 여기서 주목할 낱말은 “해방”과 “자유”이고, 주목할 사실은 예수께서 인간이 되어 인간에게 오셨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우리말에서는 두 가지 다른 낱말로 옮겼으나, 그리스어에서는 “풀어줌”이라는 뜻의 “아페시스”라는 한 낱말로 되어 있다. 희년의 기본 개념인 이 “풀어줌”은 신약성서에서 “빚의 탕감”과 “죄의 용서” 모두를 가리킨다. 이 희년의 개념과 메시지는 예수님의 나사렛 설교뿐 아니라 주요 가르침과 담화, 병자를 낫게 하고 악령들린 자들을 자유롭게 풀어준 은혜로운 행적들, 그리고 하나님 나라의 비유에 나타난다. 더 나아가, 인간으로 오신 예수님께서는 하나님 나라를 그처럼 증언하셨을 뿐 아니라 당신 스스로가 그 증언의 내용이셨고, 그 증언의 실현이셨다. 이로써 예수께서는 진정한 희년, 그 기쁨의 의미를 온 인류에게 전하셨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