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대장정

체제변환국 폴란드로의 여행

2014. 1. 30. 20:43 - 유라시아대장정

흔히 생각하듯 폴란드에는 북한 사람들이 많이 살았다. 지금도 그 흔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학교 도서관에는 폴란드어로 쓰인 김일성이나 김정일에 관한 책들이 구비돼 있어 학생들이 위인전을 읽듯 거리낌 없이 읽는다. 또 벼룩시장에 나가면 북한 사람들이 쓰던 소품들이 넘친다. 우체국에서 한국으로 편지를 보낸다고 하면, 일단 북한을 생각하기 때문에 다시금 확인을 시켜줄 필요가 있다. 폴란드에 처음 와서 부쳤던 편지가 한국에 도착하지 않았는데, 아마도 따로 말을 하지 않고 ‘South Korea’만 표기했던 것이 원인이었으리라 짐작만 하고 있다(폴란드와 북한은 편지 왕래가 가능하다).

북한과 폴란드는 1948년 수교를 맺었다. 이후 한국전쟁으로 인해 전쟁고아가 많아지자, 폴란드는 국가 차원에서 북한의 전쟁고아를 2,000명 정도 데려와 키운다. 같은 사회주의 국가로서 연대하는 차원이었다. 이 아이들은 오토벡과 르보벡 등 지방에 특별히 준비된 고아원에 수용되었다. 당시 김일성 주석은 고마움을 표하기 위해 이 고아원을 방문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사실은 비밀에 부쳐졌고, 최근까지 알려지지 않았다. 

북한은 1959년 폴란드 북한고아원에서 자라던 아이들을 송환할 것을 요청한다. 그중 김귀덕이라는 당시 13세 소녀만이 고국으로 가지 못했다. 백혈병에 걸린 아이였다. 폴란드인들은 그 소녀의 무덤을 브로츠와프에 만들어주었다. 매년 ‘죽은 이를 위한 날’인 11월 1일이 되면 많은 폴란드인들은 이 소녀의 묘를 찾아 평안을 빈다. 북한고아원과 송환 과정을 다룬 다큐멘터리가 폴란드에서 방영된 적이 있는데 본국으로 강제 송환된 북한 아이들은 폴란드를 많이 그리워했다고 한다. 함께 지냈던 사람들에게 편지를 쓰기도 했는데 전해지지는 않았다고 한다. 후에 그중 몇몇은 폴란드 내 북한대사관 등에서 일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