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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들의 정착지원을 담당하는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의 예산이 ‘탈북민 정착지원’이라는 기존의 목적과 상관 없이 방만하게 운영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탈북단체들은 손광주 재단 이사장‘표’ 선심성 예산으로 인해 실제 재정적 도움이 필요한 탈북민들이 지금처럼 재단사업 선정에서 밀려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

▲ 손광주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 이사장(오른쪽)  출처: 연합뉴스

 지난 21일 재단은 자신들이 후원하고 ‘통일미디어’가 주관하는 ‘통일전문기자 저널리즘 학교’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재단은 이 사업에 2000만원을 후원했다. 재단이 특정사업을 보도자료로 만들어 통일부 출입기자들에게 배포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탈북민단체들은 이 사업을 주관하는 ‘통일미디어’가 손 이사장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손 이사장은 현재 통일미디어에 속해있는 대북전문매체 ‘데일리nk’의 편집국장을 시작으로, 이사장에 임명되기 전인 지난해 7월까지 이 매체의 ‘통일전략연구소 소장’ 직함을 유지했다. 통일미디어는 손 이사장 취임 전에는 재단 사업에 지원한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손 이사장과 통일미디어와의 특별한 관계를 인지한 재단 대외협력부가 보도자료까지 만들어 이사장 ‘심기경호’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탈북민 단체들은 이 같은 행태가 이뤄질 것을 짐작했다는 분위기다. 손 이사장의 취임이후 언젠가는 데일리nk를 포함해 북한민주화네트워크 등 손 이사장과 연관된 단체들이 재단 예산을 독식할 것이란 우려가 현실화됐기 때문이다. 문제는 손 이사장의 남은 임기동안 이 같은 행태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란 데 있다.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는 23일 “애초 손광주 이사장의 취임 때부터 예상했던 상황이 현실화 된 것이어서 놀랄 것도 없지만, 앞으로 이런 비슷한 것들이 발생할 것이 더 우려스럽다”며 “재단 예산들을 우리 사회에서 정착하는데 어려운 탈북민들을 위해 써야 하지만, 지금 처럼 재단 이사장과의 ‘친소’ 관계를 따져 예산이 책정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소장도 “재단이 기본적으로 탈북민 정착 지원 보다는 남북 사회통합에 기울어져 있는 것도 문제”라며 “정착지원과 남북사회통합을 균형있게 가져간다는 미명아래 정착지원과 관련 없는 기관에 예산 퍼주기를 위한 명분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탈북민 단체들은 손 이사장 임기동안 이와 같은 사건들이 “재발하지 않기를 바란다”면서도 실제 이뤄질지 여부에 대해서는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혔다.


  이에 대해 재단을 관리·감독하는 통일부 정착지원과는 문제될 것이 없다는 반응이다. 박상돈 통일부 정착지원과장은 “현재 진행되는 사업이 지원절차를 걸쳐 선정된 것이기 때문에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현재 개성공단 중단 등 남북 관계 경색으로 통일부의 역할이 축소된 상황에서 통일부의 주요 존재 목적인 탈북민 정착문제까지 소홀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나아가 통일부 스스로가 산하단체인 재단에 대한 관리·감독과 탈북민 정착지원 등 본연의 역할을 망각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개성공단 중단 이후 통일부의 주요 사업은 개성공단 기업 보상금 지원에 맞춰져 있다. 그 밖에 통일정책실, 교류협력국, 남북협력지구발전기획단, 남북회담본부 등을 비롯해 대부분의 부서들이 개점 휴업 상태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한 관계자는 “통일부가 맡은 바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여·야 구분없이 나오고 있다”며 “통일부의 재단 관리·감독의 부실과 함께 2016년 결산, 2017년 예산심사때 부터 재단의 존재 목적에 부합하는 예산인지에 대한 적합성 여부를 꼼꼼히 따져볼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국회 외통위의 통일부에 대한 2차 종합국정감사에선 손 이사장에 대한 야당의 ‘사퇴 및 해임’ 공세가 이어졌다. 당시 신경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방송에 고영주가 있다면 통일부엔 손광주가 있다”며 “과거에 쓴 글에서 국회의원들에게 ‘청맹과니’ 운운했던 인사가 지금 여기 앉아서 예산을 달라고 하는게 말이 되냐”고 비판했었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