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대장정

학교내 갈등의 원인은?

2014. 7. 3. 23:26 - 유라시아대장정



사례 : 장애 학생과 비장애 학생의 충돌


어느 중학교의 한 반에 다운증후군 학생이 있었다. 그 학교의 다른 몇 개 반에도 장애인 학생들이 있었다. 학교의 실질적인 지원이나 부모들의 적극적 협력 없이 장애 학생의 존재는 담임선생님과 같은 반 학생들이 공동으로 대응해야 하는 문제가 되었다. 수학여행이 있었다. 35명 이상 학생들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담임선생님은 반 학생들의 도움을 기대했지만 누구도 선뜻 장애 학생을 돌보려 하지 않았다. 문제는 장애 학생의 장애 자체가 아니라 성품이었다. 반 친구들이 도움을 줘도 고마워하지 않고 친구들에게 욕을 하거나 때리곤 하는 태도가 문제였다. 일 년 전 한 해 동안 그 장애 학생을 돌봤던 친구도 이제는 지쳐 더 이상 하지 않겠다고 했다. 결국 담임선생님이 책임을 모두 떠안아야 했고 초긴장 속에 4일을 보냈다. 그런데 수학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같은 반 아이가 장애 학생을 구타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장애 학생이 평소 때린 학생에게 자주 욕을 했는데 그동안 기분이 나빠도 참았던 감정이 그날 폭발한 것이었다. 때린 학생은 작은 몸집과 외모 때문에 평소 다른 학생들로부터 자주 놀림을 받았다. 그날도 장애학생이 자신에게 욕을 했고 그것을 본 다른 아이들이 '장애인도 못 이기느냐'며 놀리자 감정이 폭발해버린 것이다.


Dugan의 "갈등의 둥지모델"을 적용해 분석해보면 당장 해결해야 하는 문제는 장애 학생과 때린 학생 사이의 충돌이다. [각주:1] 물론 지적 능력이 부족한 장애 학생은 영문도 모른 채 맞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충돌은 관계의 문제에 둥지를 틀고 있었다. 두 사람 사이에는 좋지 않은 감정과 관계가 형성돼 있었고 그런 관계 때문에 충돌이 일어났던 것이다. 장애 학생 부모의 무관심은 관계의 문제에 큰 기여를 했고 갈등의 원인도 제공했다. 부모는 장애인 자녀에게 정상 교육을 받게 할 권리가 분명히 있지만 관계는 권리나 책임을 주장함으로써 형성되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부모는 장애인 자녀의 학교 환경을 자세히 살피고 협력적인 태도로 구조적 지원을 받지 못하는 담임선생님과 반 학생들을 이해하고 배려해야 했다. 또한 자녀가 친구들과 어떤 방식으로 교류하는지를 살펴봤다면 친구들에 대한 공격적인 언행을 고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위구조의 문제학교와 교육청의 무관심과 방관이다. 수학여행 같은 장애 학생에 대한 특별한 관심이 요구되는 상황에서도 담임선생님과 반 학생들에게 체계적인 지원을 해주지 않고, 장애 학생의 부모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자원봉사자를 동행하지도 않았다. 또한 장애 학생들과 일반 학생들이 바람직한 관계를 형성하고 충돌 없이 지낼 수 있는 안전한 학교 환경을 만들어주지 못했다. 큰 구조의 문제는 장애 학생들의 일반 학교에서의 생활을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체계와 법을 만들지 않은 교육과학부와 사법부의 문제다. 또한 장애인들의 권리 개선을 개인의 선택과 책임으로만 전가시키는 사회적-문화적 환경도 문제다. 


위의 문제를 당장 해결하는 것은 장애 학생과 때린 학생을 화해시키고 비슷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다짐을 받는 것일 것이다. 그러나 비슷한 사건의 재발을 막고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면 관계, 하부구조, 큰 구조의 문제를 모두 다뤄야 하고 그것이 가장 바람직한 접근이다. 관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장애 학생의 태도와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부모, 담임선생님, 학생들이 함께 모색해야 하고 반 친구들도 장애 학생이 많은 부분에서 자신들과 다르다는 것을 재확인해야 한다. 하부구조에 있어서는 학교와 교육청이 장애 학생이 있는 반의 담임선생님과 학생들의 상황을 조사하고 실질적인 지원을 해줘야 한다. 또한 장애 학생의 부모가 적극적으로 학교와 협력관계를 맺도록 하고 교육적 차원에서 장애 학생과 일반 학생들이 바람직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큰 구조의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 에너지, 자원, 그리고 정치적인 로비도 필요하기 때문에 이 사건을 계기로 큰 구조의 변화까지 시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그러나 하부구조의 변화까지는 학교, 교사, 학부모의 노력으로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1. "갈등의 둥지 모델"은 갈등을 분석하고 해결하기 위해서는 1. 특정 갈등현안(issues-specific), 2. 관계(relational), 3. 하위구조(sub-systemic), 4. 구조(systemic) 의 네 개 차원에서 갈등에 접근해야 한고 주장하다. 특정 갈등 현안과 갈등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 관계는 하위의 사회구조, 그리고 나아가 큰 사회구조에 둥지를 틀고 있으며 단편적인 사건 때문에 발생한 갈등일지라도 구조적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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