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대장정

파롤라 희망 프로젝트

2014. 1. 31. 13:16 - 유라시아대장정


톤도


원래 중국인 이민 권력자에 의해 붙여진 톤도(Tondo, 東都)는 지배 측인 스페인에 저항한 ‘1896년 혁명’지역의 중심지였고, 미국 지배하에 있을 당시 마닐라시의 일부로 편입된 곳이다.  마닐라 서북쪽 파시그 강과 마닐라 만이 만나는 톤도 지역은 인구밀도가 약 65,000명 / ㎢  으로 세계에서도 인구밀도가 높은 곳으로도 유명하다. 이 지역은 사람들이 평소에 총 같은 무기를 소지하는 무법지대라서 위험하다고 한다.  이 지역을 돌아다니는 한국인은 우리 세명 밖에 없었다. 우리가 마닐라 공항에 도착하니 밤 12시 넘었다.  김숙향 선교사님께서 계시는 러브톤도 CDP 센터에 가기가 미안해서 센터와 10분 거리에 있는 호텔에 방을 잡았다. 선교사님은 그 밤에 마중나오셔서 공항에서 호텔까지 차를 태워 주셨다. 


다음날 아침 선교사님이 보내주신 차를 타고 톤도 센터로 향하는데 도로 옆으로 스페인 식민지 때의 흔적인 다양한 건물등이 보였고, 신민지에 저항하다 처형당한 필리핀의 영웅 호세 리잘(Jose Rizal)을 기린 리잘 공원을 옆으로 보면서 마닐라 중심가를 벗어나니 아름다운 마닐라 만과 요트장의 해변이 보인다. 이곳만 보면 고급스러워 보이지만, 조금 더 달리니 부둣가 국도 10호선을 지나 척박하게 보이는 복잡한 동네가 눈이 보였다. 




가난을 물리치려고 마닐라로 무작정 상경한 빈민층 사람들이 직장도 없이 오갈 데가 없어지자 쓰레기 산더미 속의 폐품 등의 재활용품을 팔아 밥줄을 이어가며 촌락을 형성하게 되었고, 집이라고 부르기엔 너무도 초라한 함석이나 판자로 만든 엉성한 주거지에서 쓰레기를 주워서 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7100개 이상의 섬으로 이뤄진 약 9400만 인구의 필리핀은 천혜의 자연 환경과 풍부한 해저 자연자원과 관광자원, 풍요로운 농어산물과 더불어 국민들의 소박함과 성실함에 경건한 신앙심(스페인 통치의 유산으로 전 국민의 80% 이상이 로마 가톨릭을 믿는다)이 있다. 경제적 운영만 궤도에 오르면 소득분배가 어느 나라보다 제도적으로 균형 있게 잘 될 수 있는 국가일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2012년 국제투명성기구 발표에 따르면 필리핀의 부패인식지수(Corruption Perceptions Index)는 176개국 중 105위를 기록했다.  2011년의 129위와 2010년 134위보다 개선됐으나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세계은행에서 발표하는 국가별 거버넌스 지표인 Worldwide Governance Indicator에서도 필리핀의 부정부패에 대한 통제수준은 22%로 매우 낮게 나타났다. 


필리핀에는 한국 교민만 해도 12만에서 15만 명이 거주하고 있고, 한국인 관광객만 해도 연간 100만 명에 육박하는 관광대국이란 사실을 생각하면 리조트 여행이든 어학연수든 한국인들에겐 친숙한 이웃이 될 수 있는 환경이다. 


그렇지만 오랜 독재정권과 기득권층의 부정부패가 만연해왔던 탓에 국민 전체를 위한 사회복지제도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고, 국가 전체의 경제적 안정보다 5대 재벌을 비롯한 극소수 부유층 및 특정 가문에만 집중하는 권력과 부의 대물림이라는 구조 속에서 관료들의 권력 남용이 비일비재하게 되었다. 게다가 기존의 대통령 및 고위층은 명문 사립대인 아테네오 대학(아시아 최초의 4년제 대학. 개중에는 마르코스와 같은 국립 필리핀 대학 출신도 있으나 아테네오는 부와 권력의 상징이기도 하다)출신들의 학연, 지연, 혈연으로 얽힌 절대적 권력층 구조가 이뤄지게 된다. 중산층들은 자신들의 삶만 추구하느라 이기적 합리화에 급급하니 빈민층들은 가난의 대물림이란 구조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게 되고, 턱없이 높기만 한 사회계층을 쳐다보며 버겁게 살기보다 사심과 물욕을 버리고 종교를 희망으로 삼고 하루살이 같은 삶을 이어가게 되는 것이다. 



길에는 제대로 전기공사를 하지 않고 억지로 전기를 연결한 듯 엉망진창으로 얽혀져 있다. 그렇게 전기선이 엉망으로 연결된 것은 근처의 톤도 각 판자촌에서 볼 수 있었고, 수돗물도 제대로 보급 받지 못하여 20 킬로그램의 파란색 물탱크를 25페소에 구입하여 마신다. 파롤라 지역 주민들은 여전히 물도, 전기도, 직업도 없는 생활에 시달리는 중이다. 


1965 독재자 마르코스 대통령은 1986 2 시민혁명으로 대통령직에서 쫓겨날 때까지 20년간 장기 집권하며 당시 국가외채 규모와 맞먹는 100 달러에 달하는 재산을 불법 축재했다. 


조셉 에스트라다 대통령은 집권기간 각종 뇌물 스캔들에 여러 차례 연루됐으며, 탄핵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로 결국 2001 대통령직 사임했다. 뒤를 이은 아로요 대통령 또한 부정부패문제로 4차례 탄핵 발의가 이뤄졌으며,  2004 대선 개표 부정혐의로 체포되었다. 


뿌리 깊은 정치부패가 관료사회 전체와 사회 전반으로 확대됐다는 것이 가장 심각한 문제이다.  

 

 1945 독립 이후 산업화를 이루며 아시아에서 일본 다음으로 촉망받는 국가였던 필리핀은 역대 정권의 부정부패와 이로 인한 사회 불안정, 저성장을 거듭하며 오늘날 부패국가 이미지를 가진 아시아의 빈국으로 전락했다. 대통령을 비롯한 국가 지도층 스스로가 부패혐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필리핀 정국은 고위 정치인과 관료들의 부패문제로 정치적 불안정이 수십 년간 지속되고 있다. 필리핀은 선거가 부패를 조장하는 측면이 있다. 선거 비리로 과정의 투명성이 보장받지 못할뿐더러, 전적으로 개인의 후원자금으로 충당되는 선거운동과 선거 정치후원자에 대한 특혜가 일상화돼 있다


대선 후보의 출마비용은 750 달러, 상원은 400 달러, 하원은 100 달러가 들어 선거에 드는 비용도 과다하게 사용된다. 정치인들과 후원자, 일반인들이 금전적 거래와 특혜로 서로 얽혀 있어 부패의 상호작용이 심각하다. 의원들은 자신의 지역구에 예산을 배정하는 아무런 통제가 없으며, 아주 빈번하게 선거 후원자들에게 금전적 특혜를 준다


관료사회에서의 부패는 이미 부끄러운 일이 아닐뿐더러, 필리핀 국민들 이를 일상적으로 인식하고 있다. 부패로 인한 독직사건에 대한 오명이 없다. 사법부의 정치적 독립이 보장받지 못한다. 부패를 적발해도 심각한 부패는 처벌하지 못하는 사법부가 역대 정권의 시녀로 전락했으며 법의 권위도 추락했다. 지나친 관료주의가 부패를 심화시키고 있다. 각종 행정처리 절차에 많은 사람이 개입돼 있으며, 일처리를 위한 뒷돈 행정이 일반화돼 있어 투명성이 매우 낮다. 언론보호위원회(CPJ) 따르면 필리핀은 세계적으로 이라크와 소말리아에 이어 번째로 언론피살이 많은 나라로 부정부패를 비난한 이유로 살해된 기자의 수는 72 달한다.

 

2010년에 집권한 아키노 행정부는 부패 청산을 공약으로 내걸며 아로요 대통령의 부정부패 조사를 실시하겠다고 공언한 있다.  취임 직후 부패척결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추진하면서 진실위원회(Truth Commission) 운영, 부정부패 척결과 혁신을 통한 성장을 지향하고 있다. 2012 실시된 SWS(Social Weather Station) 설문조사에서 행정부의 부패척결을 위한 노력에 대해 65% 공감하며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고, 부패문제의 해결은 국가 경쟁력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만큼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인들의 입장에서는 필리핀의 통관절차와 법인수립 관련 관세당국 현지 투자가 접촉시 이를 유의해야 하며, 공무원 발주처가 이해 당사자로부터 특혜를 받는 것에 대해 관행적으로 여기는 경우가 있으므로 특히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자료출처 : KO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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